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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솔근 교수 연구실 "국가슈퍼컴퓨팅센터 올해의 Super Science 선정" 새글

작성자기계로봇공학과  조회수49 Date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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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온 슈퍼컴퓨터로 수행한 극초음속 경계층 난류 천이 고정밀 수치해석

출처 : 국가슈퍼컴퓨팅센터 홈페이지 (https://www.ksc.re.kr/rnd/ygsg/supers/view?supersKey=13)
 
  • 응용분야 | 기계
  • 책임자 | 지솔근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 혁신지원 프로그램 번호 | KSC-2023-CRE-0327
  • 논문 | 뾰족한 원뿔체 상의 극초음속 경계층 층류-난류 천이 고정밀 시뮬레이션
    (High-Fidelity Simulation of Laminar-to-Turbulent Transition in Hypersonic Boundary Layer on a Sharp Cone)
  • 학술지명 / 출판연도 | Physics of Fluids / 2025
 

지솔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기계로봇공학과의 지솔근 교수를 찾아갔다. 지 교수는 극초음속 비행체의 유체 역학 관련 연구를 하고 있고, 그 결과 일부가 좋은 저널(Physics of Fluids)에 실렸다. 극초음속 비행체에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물론, 심지어 북한도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2022년 1월 극초음속 미사일 2형을 시험 발사했고, 2025년 1월에는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극초음속이란 최고 속도가 음속의 5배, 즉 마하 5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각국이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 경쟁을 심하게 진행하고 있는 거다.

지 교수의 관련 논문은 미국 물리학회 발행 학술지 《Physics of Fluids》 (피직스 오브 플루이즈)에 2025년 3월 13일자로 출판됐다. 논문 제목은 ‘뾰족한 원뿔 모양에서 극초음속 경계층이 층류로부터 난류로 천이하는 걸 고정밀 수치해석 하기’(High-Fidelity Simulation of Laminar-to-Turbulent Transition in Hypersonic Boundary Layer on a Sharp Cone)쯤 된다. 논문의 제1저자는 정민재 학생. 지솔근 교수 팀이 작성한 연구 관련 홍보 자료는 연구 목적을 다음과 같이 쉽게 설명한다.

“비행체 주위의 경계층 유동(flow)은 비행체의 선두 쪽에서는 층류(laminar)이나, 비행체 표면을 따라 뒤로 이동하면서 난류로 발달하게 된다. 이런 경계층 유동이 층류에서 난류로 천이하는 걸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중량과 비용이 큰 열 보호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그러면 비행체의 사거리 증가 및 제작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는 극초음속 경계층 유동의 난류 천이 현상을 고정밀 유동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확히 예측하고자 했다.”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전산 자원을 이용해 수행했다.


 


 

경계층 유동(boundary layer flow)이란

지솔근 교수는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2010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미국 NASA 에임스(Ames) 연구센터와 미국 기업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에서 일했다. 광주에 온 건 2016년 하반기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와서 독립적인 연구자로 시작했고, 그는 연구 주제를 찾아야했다. 그 전까지는 국내 항공우주 분야에서 관심이 적었던 ‘경계층 유동’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초음속 아래 속도인 아음속에서 초음속으로 바뀌는 과정에서는 충격파가 생기고, 항공기의 공기 역학쪽에서는 일반적으로 충격파에 초점을 많이 둔다. 지 교수는 “비행체를 설계하다 보면 비행체 주변에서 발생하는 유동이 매우 중요하다. 비행체 표면에서 발생하는 유동을 경계층 유동이라고 한다”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꿀이 끈적끈적하면 점성 효과가 있다. 꿀은 점도가 높다. 공기도 점도가 있다. 공기 점성은 초음속이든, 내가 하고 있는 극초음속과 같은 상황에서 마찰을 만들어낸다. 달리는 차의 창문을 내리고 손을 밖으로 내밀면 손이 뒤로 밀리는 힘을 받는다. 그건 항력이다. 그리고 점성 효과로 인한 마찰이 존재하는데, 마찰 효과로 인해 공기가 가열된다. 가열되는 양이 비행체 속도가 낮으면 크지 않으나, 속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기체 분자가 해리될 정도로 뜨거워진다. 기체 분자가 분리되어 플라스마가 될 정도로 온도가 올라간다. 2000도, 3000도 이상 올라갈 수 있다.”


 

극초음속 비행 때의 공기 마찰

지솔근 교수는 “그렇게 온도가 올라가면 비행체는 그 온도를 버틸 수 없다”라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이야기를 했다. 스페이스X가 최근 대기권 재진입하는 재사용 로켓동영상이 많은데, 대기권 재진입하는 동영상을 찾아보면, 비행체가 빛이 난다. 플라즈마 유동이 발생한 거란다. 그런 상황에서 당연히 비행체를 가열하는 양도 엄청나다. 지 교수가 연구하는 경계층 천이에서는 유동의 상태가 ‘층류’에서 난류로 바뀌고, 그렇게 되면 ‘공력가열’(空力加熱, aerodynamic heating)이라고 하는 것이 더 심해진다. 가열 정도가 2~3배가 아니라, 5배 많으면 10배까지도 높아질 수 있다.


 

지솔근 교수가 수행한 연구의 개략도. 시뮬레이션 모형 길이는 0.55미터이고, 층류, 천이, 난류라는 세 단계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선형 안정성 이론으로 층류 단계에서 일정한 데이터를 얻어냈고, 이후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이론 모델(선형 안정성 이론)과 직접 수치모사라는 두 가지 방법을 결합해서 연구를 수행했다./그림 지솔근 교수.
[그림 1. 지솔근 교수가 수행한 연구의 개략도. 시뮬레이션 모형 길이는 0.55미터이고, 층류, 천이, 난류라는 세 단계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선형 안정성 이론으로 층류 단계에서 일정한 데이터를 얻어냈고, 이후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이론 모델(선형 안정성 이론)과 직접 수치모사라는 두 가지 방법을 결합해서 연구를 수행했다.]

‘층류’는 지 교수 논문 제목에 들어 있는 키워드다. 층류는 무엇인가? 층류라는 유동은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지나가는 유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난류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잡한 공기 흐름이다. 지 교수는 “난류라는 유동 현상에는 소용돌이가 있고, 소용돌이는 벽면 근처 경계층 유동처럼 속도에 대한 기울기(gradient)가 있어야 생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류 안에는 소용돌이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잘 섞이게 되고, 섞인 유동의 소용돌이 때문에 공력 가열이 빠르게 비행체 표면으로 전달된다. 마찰도 크게 높아진다. 공기가 빨리 뜨거워지기도 하고, 뜨거워진 게 빠르게 전달되기도 한다. 경계층의 작은 교란(disturbance)이 선형적으로 성장해서 경계층 천이가 발생하고, 비행체 머리 부분에서 생긴 작은 교란은 결국 비선형 성장을 해서 난류 천이를 유발한다. 층류가 천이 단계를 지나 난류로 바뀐다. 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유동이 층류에서 난류로 바뀌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라고 말했다.

고속 비행체 표면에 생성되는 경계층 유동의 두께는 대략 1mm이하로 매우 얇다. 경계층 바깥의 유동은 그냥 외부 유동, 자유류(free stream)라고 한다. ‘경계층’은 논문 제목이 들어가 있다. 우리는 또 논문 제목에 들어가 있는 키워드 하나를 이해했다. 지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경계층 유동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으나, 최근 고속 비행체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비행체 표면에 공력가열이 만들어진 원인에 대한 관심이 크다”라고 말했다.


 

유동 연구를 크게 보면

유동은 크게 압축성 유동(compressible flow)과 비압축성 유동(incompressible flow)으로 나눈다. 비압축성 유동(Incompressible Flow)은 저속 유동에서 많이 언급되고, 압축성 유동은 ‘고속’인 초음속 유동, 극초음속 유동을 포함한다. 비압축성 유동은 유체 밀도가 흐름 중에 거의 일정하고, 압축성 유동은 유체 밀도가 유동 중에 의미 있게 변하는 걸 가리킨다. 지솔근 교수는 “내가 봤을 때는 그간 한국의 난류 연구는 비압축성 유동이 많았다. 그렇기에 나는 기회가 되면 압축성 난류, 그리고 난류가 시작하는 난류 천이에 대한 연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다”라고 말했다. 지 교수는 난류천이를 연구하면서 우선 저속인 아음속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더 속도가 빠른 초음속으로 넘어가 2~3년 그 분야 연구를 진행했고, 그런 뒤에 극초음속으로 넘어와 난류 천이를 연구하고 있다. 이번에 《Physics of Fluids》에 실린 논문은 극초음속에서의 난류 천이 연구다. 극초음속 난류 천이 연구 과제를 수주한 게 2022년이다.


 

극초음속의 난류 천이 연구의 현황

지솔근 교수에게 이번 논문 이전까지 쌓였던 난류 천이 관련 지식은 무엇이었고, 그가 연구를 하면서 알고자 한 지식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지 교수는 “아주 좋은 질문이다. 내가 왜 이 연구를 시작했는지를 상기할 수 있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유동에는 ‘압축성’, ‘비압축성’외에 또 다른 구분이 있다. 관내 유동(internal flow)과 외부 유동(external flow)이다. 관내 유동은 유체가 흐르는 영역이 배관, 덕트, 튜브처럼 폐쇄된 경계면을 갖는다. 지 교수는 관내 유동 말고, 외부 유동(external flow)에 관심이 있다. 비행기 날개, 차량, 건물의 외부 표면을 지나가는 유동이 외부 유동이다. 비행체나 공기역학에서 다루는 유동은 대부분 외부 유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 교수에 따르면 난류 천이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는 그동안 비압축성 유동이고 또 관내 유동(internal flow)인 걸 많이 다뤘다. 수돗물의 수도관내 흐름과 같은 게 ‘비압축성+관내 유동’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압축성 유동이고, 외부 유동인 것의 난류 천이는 연구가 그리 많지 않다. 지 교수는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 교수 설명을 옮겨 본다.

“극초음속 난류 천이는 압축성 유동이고, 외부 유동이다. 유체, 즉 공기의 밀도 변화가 매우 크기에 압축성 유동이고, 극초음속 비행체가 대기를 비행할 때의 상황이니 외부 유동이다. 그런데, 극초음속 난류 천이라는 유동 현상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난류 천이를 보여주는 모델이 일부 있으나, 극초음속 영역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 그러니 극초음속에서 난류 천이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싶은 게 사람들 목표다. 나도 그렇고 어떻게 하면 예측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극초음속에서의 유동 현상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느 정도 재현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 현상을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에 《Physics of Fluids》에 실린 논문은 두 가지 목적 중 첫 번째 목적에 해당한다. 두 번째 목적에 해당하는 제어 연구는 현재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 교수는 “난류 천이를 우리가 지연시킬 수 있으면, 최대한 늦출 수 있으면, 즉 층류 영역을 최대한 길게 가져갈 수 있으면 비행체에서 발생하는 공력 가열을 우리가 줄일 수 있다. 저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분야도 지 교수 혼자 연구하는 건 아니다. 난류 예측에 대한 시뮬례이션 연구, 즉 난류 천이 관련해서는 부산대학교 박동훈 교수 등과 같이 하고 있다.


 

직접수치모사와 선형 안정성 이론

지솔근 교수는 이론 유체역학 연구자다. 유체역학 모델을 만들고, 전산 자원에 자료를 입력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유체 역학에서는 유동의 지배 방정식이 있다.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이다. 유체가 흐를 때, 시간과 공간에 따라 속도, 압력 등의 물리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기술한다. 뉴턴의 운동방정식(F=ma)을 유체 입자에 적용하는 거다. 점성 효과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점성이 없는 유체에 적용하는 오일러 운동 방정식과도 다르다.

지 교수는 “지배 방정식을 그대로 푸는 직접수치모사(Direct Numerical Simulation) 방법을 사람들이 당연히 개발해 놓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직접수치모사를 유동장(flow system)의 처음부터 끝까지에 다 적용하려면 계산 자원이 엄청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지 교수를 찾으면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권오경 박사, 육진희 박사와 동행했다. 지 교수가 옆에 앉은 권 박사를 바라보며 “KISTI가 갖고 있는 슈퍼컴퓨터 5호기를 다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대규모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계산 자원이 다 들어간다 하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층류에서 난류로 천이가 일어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라며 “그게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형 안정성 이론(linear stability theory, LST)이라는 게 있다. 선형 안정성 이론은 유동 안에 있는 교란이 안정한지 불안정한지를 판별해 주는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선형 안정성 이론은 교란의 성장을 매우 적은 계산 비용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이론 기반의 수치 해석 기법이다. 슈퍼컴퓨터 없이도 충분히 실행 가능하다. 유동에 작은 인위적인 교란(perturbation)을 집어넣고 방정식을 풀면 된다. 시간과 공간 변화에 따라 층류 경계층 내의 작은 교란이 어떻게 난류라는 비선형적인 교란으로 커지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선형 안정성 이론으로 층류 해석 영역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면 DNS 영역 크기를 크게 줄일 수 있고, 계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전체 0.55 미터 길이의 원뿔을 갖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데, 처음 절반 정도인 ‘층류’ 구간은 선형 안정성 이론으로, 나머지 절반은 ‘직접 수치 모사’로 진행했다.


 

층류 경계층 유동 내에서의 교란

지솔근 교수는 선형 안정성이론+직접수치모사란 방법으로, 이전에 아음속과 초음속 수준에서 경계층 교란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아음속 모드와 초음속에서 연구한 사람은, 지 교수의 지도를 받아 박사학위를 받은 김민우 박사(현 KISTI 연구원)다. 그리고 이번에 《Physics of Fluids》 (피직스 오브 플루이즈)에 출판한 연구는 극초음속 모드에서 수행한 거다.

지 교수 팀은 선형 안정성 이론을 활용해서 경계층 내의 불안정한 모드를 먼저 포착했다. 경계층 내의 불안정한 모드가 하나 생기면 이게 늘어난다. 그리고 포착한 불안정한 모드 중에서 두 개만을, 이어 수행할 시뮬레이션에 넣었다. 지 교수는 “두 개만 넣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론에서 얻어낸 교란을 시뮬레이션을 하는 입구(inlet)에 넣어주는 연구는 그간 없었다. 우리가 처음 시도했다”라고 말했다.

두 개의 불안정한 모드는 ‘맥(Mack)2차 모드’와 ‘경사 모드’(oblique mode)다. 맥 2차 모드의 ‘맥’은 사람 이름이다. 레슬리 맥(Leslie M. Mack)이라는 미국 공학자다. 미국 NASA제트추진연구소 등에서 일한 레슬리 맥은 1984년 경계층 선형 안정성 이론을 내놓은 바 있다. 지 교수에 따르면 맥1차 모드도 있고, 맥 1차 모드는 마하 수 4 이하에서 주된(primary) 경계층 유동 불안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맥2차 모드는 마하 수 5이상에서 주된 유동 불안정 요인이다. 지 교수는 “슈퍼컴퓨터 없이도 해석할 수 있는 게 있으니, 그걸 얻어내자. 그렇게 얻은 게 맥 2차 모드다. 얻어낸 맥2차 모드를 어떻게 활용할까 하다가 아예 시뮬레이션할 때 넣어주자 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맥2차 모드가 층류에서 성장해서 난류로 바꾸게 되는 데 기여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안정 모드라는 건 진동하는 파동(wave)이다. 맥2차모드는 직진하는 2차원 평면 파동이다. 2차원 파동으로는 난류를 만들지 못한다. 불안정하다가 뒤로 가면 안정화된다. 난류를 만들어내는 건 경사 모드다. 경사 모드는 맥2차 모드와 일정한 각도를 이루는 양쪽의 두 방향으로 나아가는 3차원 파동이다. 결국 세 개의 파동이 상호작용하면서 3차원 교란이 만들어지고, 이게 난류다.


 

0.55m 길이 원뿔 모양 시뮬레이션

이번 연구는 원뿔형 구조물이고, 길이 0.55미터를 상정했다. 이는 실제 실험을 할 때 사용하는 장치의 길이와 같다. 나는 “비행기는 풍동 실험을 하는데, 극초음속 비행체도 그런 식으로 실제 실험을 하느냐”라고 물었고, 이 질문에 지솔근 교수는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극초음속 풍동 실험을 한다”라고 말했다.

극초음속, 즉 마하 수 5이상의 속도를 상정했고, 원뿔인 경우 비행체 머리로부터 0.3미터 되는 지점에서 난류 천이 구간이 나타난다는 건 기존 연구에서 알려져 있었다. 지 교수가 이번에 실험해보니 층류에서 난류로 바뀌는 ‘천이’ 구간이 매우 길었다. 지 교수는 “아음속에서는 천이 구간이 짧아서 거의 점과 같았다. 그래서 ‘천이 지점’이라고 표현했다. 극초음속에서는 ‘구간’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길었다”라고 말했다. 지 교수가 보여주는 자료(‘극초음속 경계층 난류 천이 유동 가시화’)를 보니 천이 구간은 색이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고, 충류나 난류 구간은 노란색이었다.

지 교수가 KISTI 전산 자원을 이용하기 시작한 건 2017년을 전후해서부터다. 지 교수는 “KISTI 전산자원이 아주 중요하다”라며 “내 연구실에도 천 코어 정도는 구축해 놨으나(CPU 숫자가 1000개라는 뜻이다), 슈퍼컴을 이용할 수 있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실험을 훨씬 많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 교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KISTI 자원을 활용할 계획이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수치 해석 결과가, 내가 속한 관련 컨소시엄 내 실험팀의 실험 결과와 추후에 비교를 진행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경계층 난류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표면 열유속 변화를 보여주는 그림. 빨강으로 표시된 천이 부분이 매우 길게 나온 게 특징적이다.
[그림 2. 경계층 난류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표면 열유속 변화를 보여주는 그림. 빨강으로 표시된 천이 부분이 매우 길게 나온 게 특징적이다. ]

연구 성과

연구하면서 빙고하는 순간은 무엇이었나? 이에 대해 지솔근 교수는 이번 논문은 연구 방법론이 좀 강한 연구라고 했다. 그리고 난류 천이 구간이 길게 나왔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난류 천이 구간에서 난류 구간보다 비행체 표면에 열 전달이 되는 열유속량(heat flux)이 더 컸다. 지 교수는 “예전에 실험에서는 이런 현상이 관측된 바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서 실험과 유사하게 결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사람들이 극초음속에서의 난류 천이를 시뮬레이션을 시도했으나, 실험 값과 차이가 많이 났다. 하지만 우리가 특별하게 한 건 아니지만 실험결과와 우리의 시뮬레이션결과가 잘 들어 맞았다”라며 “그렇게 나오는 이유에 대한 우리는 질문을 갖고 있고, 그걸 알기 위해 현재의 데이터를 더 들여다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논문 제1저자인 정민재 연구원은 나중에 내가 만났을 때 “원뿔(cone)모양에서 극초음속 유동의 시뮬레이션을 하고 수치해석을 해낸 건 우리가 처음이라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수치해석을 하면 실험 값과 비교해서 시뮬레이션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게 된다. 우리에 앞서 시뮬레이션을 한 그룹은 실험 데이터와 차이가 많이 났다. 하지만 우리가 얻은 데이터는 실험 값과 잘 맞는 걸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지솔근 교수는 “내가 관심 있는 건 경계층 유동의 난류 천이와, 난류 모델 개발 두 가지다. 난류 천이 현상 분야는 학교에 온 2017년부터 저속에서부터 시작해 고속으로 올라왔다. 난류 천이가 특히 중요한 건 고속 유동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고, 이는 국방 과제와 연결되어 있는 연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지 교수는 “극초음속에서 난류 현상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며 “난류 모델이 극초음속에서 유동 현상을 잘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사람들은 의문점을 많이 갖고 있다. 앞으로 연구할 게 많다”라고 말했다.


 

NASA Ames 연구센터에서 포닥

지솔근 교수는 포스텍 98학번이다. 2005년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 가서 석사-박사 과정 공부를 했고, 이후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NASA(미국 항공우주국) 에임스 연구센터에 갔다.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난류 모델 개발을 했다. 이에 앞서 박사 과정 때는 ‘난류 유동 제어’를 했다. 지 교수는 “유동이 박리되는 상황에서 난류가 발생하는데 유동 박리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나 하는 걸 박사 때 했다. 박사후연구원 때는 난류 유동 제어보다는 기초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유동제어는 공학 분야다. 어떤 유동 현상이 있고, 그걸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해 보려고, 변형시켜 보려고 하는 게 유동제어다. 그런데 난류라는 건 상당히 고전적인 연구 분야이고, 수학과 물리쪽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난류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면 난류의 펀더멘탈한 연구를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NASA 에임스 연구센터는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유체역학, 또는 항공기 관련 공기 역학을 연구하는 두 곳 중 한 곳이다. 에임스 연구센터는 구글 바로 옆에 있고, 다른 연구소는 미국 동부 버지니아에 있는 랭리(Langley) 연구센터다.

에임스 연구센터에서 3년 있었고, 광주과기원에 오기 전에 또 미국 동부 코네티컷의 이스트하트퍼드에 있는 기업에 들어가 일했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라는 기업이다. 낯선 이름. 지 교수는 “뭘 하는 회사인지 잘 모를 것”이라며 “이 밑에 있는 자회사라고 해야 하나, 자회사 중의 하나가 프랫&휘트니(Pratt & Whitney)”라고 말했다. 프랫&휘트니는 들어봤다. 항공기 엔진 만드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지 교수에 따르면 프랫&휘트니는 전투기 엔진과 같은 고출력 고사양 엔진에 특화되어 있고, GE는 주로 민항기 엔진을 만들며, 특히 고효율 엔진에 특화 되어 있다. 지 교수는 가스 터빈 엔진의 유동 관련 연구를 했다. 또 헬기의 날개 블레이드에서 발생하는 유동 연구를 했다. 당시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는 시코르스키 헬리콥터를 만들었다. 시코르스키 헬기 중 하나가 블랙호크이고, 미국 대통령이 타고 다니는 헬기인 마린 원이 시코르스키 제품이다. 지금 시코르스키는 미국 방위산업 기업인 록히드 마틴으로 넘어갔다. 지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 재밌는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사사

이 연구는 40.4억원을 2022년~2025년간 정부(방위사업청)의 재원을 받아 국방과학연구소의 지원으로 수행된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No.915067201)입니다.